만약에 늑대가 사라진다면.

한때 황소개구리가 생태계를 교란시킨다며 무자비하게 포획하는 장면이 TV에 방영된 적이 있었다. 생태계 파괴의 대표적인 주범으로 알려지면서 생태계 교란종으로 분류하고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늑대는 1800년대 후반부터 1900년대 초반까지 흔하게 관찰되는 최상위 포식자였다. 옐로스톤은 세계최초의 국립공원이다.

그런데 1926년 옐로스톤 국립공원 내의 마지막 남은 늑대가 인간의 손에 의해 멸종해 버렸다. 가축과 사람을 공격한다는 이유에서다.

당시에는 교활한 동물을 잡는다며 총기와 독극물 등을 이용해 무자비한 수렵이 만연한 때였다. 이러한 결과는 70년 이상 포상금까지 걸며 죽인 결과였다.

이윽고 회색늑대는 미국에서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위협적이었던 늑대가 사라지자 숲에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포식자가 사라지면서 사슴과 엘크가 번성하기 시작하였고 숲에 활기를 되찮는 듯 보였다.

하지만 먹이가 부족한 겨울철에는 새싹이나 어린나무, 심지어 뿌리까지 먹어치우는 바람에 나무와 수풀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옐로스톤의 생태계는 균형이 완전히 무너져 버린 것이다.

벌거숭이가 되어 버린 숲을 의식한 것인지 1974년 옐로스톤 내에서 늑대를 멸종 위기 종으로 지정하면서 복원작업에 착수하기 시작하였다. 1995년과 1996년에 31마리 늑대를 단계적으로 풀어놓았다.

그 결과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늑대가 사슴을 사냥하면서 개체 수는 줄어들기 시작하였고, 늑대가 먹다 남긴 사체는 다른 개체의 먹이가 되거나 거름이 되었다.

그리고 늑대가 없었을 때는 코요테가 최상위 포식자였지만 코요테 수가 점차 줄어들면서 오히려 토끼와 쥐의 수가 늘어나 여우나 족제비 같은 설치류나 독수리에게 좋은 먹이가 되어 다른 개체 수가 점차 늘어나기 시작하였다.

또 늑대로 인해 사슴의 서식지가 바뀌면서 사라졌던 하천의 큰키나무들이 번성하기 시작한 것이다.

먹이가 풍부해지자 뒤이어 새들이 날아들기 시작하였다. 나무는 더욱 풍성해졌고, 다양한 종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사시나무나 버드나무의 키가 무려 5배로 성장하였을 뿐 아니라 하천에는 비버가 다시 돌아와 댐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강의 흐름이 바뀌기 시작하였다. 비버댐으로 인해 강의 굽이는 줄어들고 침식도 줄어들었다. 또 급류 지역이 늘어나고 웅덩이가 많아지면서 다양한 수생생물들의 서식지가 생겨났다.

단지 늑대를 풀어놓았을 뿐인데, 숲에 많은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지금은 들소 5천 마리에 회색곰도 살고 있다고 한다. 늑대는 현재 100마리 정도에 이른다.


참고: 동아일보, 내셔날 지오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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