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독제의 설계도를 훔친 곤충

식물이 가지고 있는 유전자를 받아들여 식물의 독을 중화하도록 진화했다.

식물은 곤충에게 먹히지 않도록 독을 가짐으로써 자신의 몸을 지킨다. 그러나 화이트플라이(Bemisia tabaci)라는 곤충은 600종 이상의 식물을 먹을 수 있어 전 세계에서 농업에 피해를 주고 있다. 

이것은 초식 곤충이 식물의 독에 저항할 수 있게 진화해 왔기 때문이라고 생각되는데, 그 진화 과정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중국 농업과학원의 샤(J. Xia) 연구팀은 많은 식물이 가지고 있는 독소(페놀 배당체)에 착안해 화이트플라이가 어떻게 이 독소에 저항하는지를 조사했다. 화이트플라이의 DNA를 분석한 결과 식물 유래의 유전자가 들어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식물에 기생하는 실버리프화이트플라이 - 뉴턴


유전자가 부모에게서 자식으로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이번처럼 어떤 생물이 다른 생물로부터 유전자를 받아들이는 것을 '유전자 수평 전파'라 한다. 화이트플라이가 식물로부터 받아들인 유전자는 독소를 중화하는 물질을 만들 수 있으며, 화이트플라이는 이 유전자를 사용해 식물이 가지고 있는 독소에 대한 내성을 몸에 지니고 있음이 알려졌다. 

나아가 유전자 조작을 한 토마토를 사용해 독소를 중화하는 유전자의 작용을 억제하자 화이트플라이는 해독 능력을 잃는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연구팀은 새로운 진화 과정을 규명함으로 써, 농작물을 곤충으로부터 효과적으로 지키는 방법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내용은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2021년 3월 25일에 게재된 내용이다.


출처: 뉴턴 20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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